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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Louis Dumont (루이 뒤몽)

by tuzeche 2017. 5. 26.


목하 번역 중인 책이 한 챕터 전체를 할애해 루이 뒤몽의 생애와 작업을 다룬다. 번역 중에 잘 안 풀리는 대목이 있어 뒤몽의

노년의 루이 뒤몽

신상 정보를 뒤졌고, 그러다 프랑스 빠리와 인도 뉴델리에서 활동하는 사회학자 롤랑 라르디느와(Roland Lardinois)가 인도 일간지 "THE HINDU"에 게재한 글 "Remembering a sociologist and Indologist of repute"(2011년 8월 1일자)를 만났다. 나중에 어차피 해야 할 작업인데다 좀 편하게들 보시라고, 내 갈 길 바쁘지만 우리말로 옮겨둔다. 어딘가에 있을 독자를 위한 일종의 서비스. (아래 번역문의 상업적 이용이나 도용을 금함.)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thehindu.com/todays-paper/tp-opinion/remembering-a-sociologist-and-indologist-of-repute/article2312012.ece

 

저명한 어느 사회학자이자 인도학자를 기리며

 

프랑스 인류학자 루이 뒤몽이 살아 있었다면 2011년 8월 1일 그의 나이 100세가 됐을 것이다. 많은 비판을 받았긴 해도 인도 사회에 대한 그의 해석을 무시하기란 불가한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루이 뒤몽의 인류학적 작업은 인도 사회학을 위한 신세계를 열었으니, 그의 저작은 세계적으로 호평받긴 했어도 여전한 논란의 대상이다. 

뒤몽은 1911년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태어나 1998년 파리에서 죽었다. 처음엔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Marcel Mauss, 1872~1950)의 일개 학생으로 1936년부터 1939년까지 파리 인류박물관(Musée de l'Homme)의 민족학연구소에 있다가, 그 뒤 1937년부터 1951년까지 민속예술박물관의 어시스턴트로, 이어 전임연구원으로 일했다. 그의 첫 작업 "타라스크"(1951)는 프랑스 남부의 한 대중적 종교 축제에 대한 민족지학적 연구다. 그렇지만 나중엔 인도에 관한 저작으로 세계적 명성과 인정을 얻었다.

뒤몽은 전쟁포로로 독일에 있는 동안(1940~1945) 독일의 인도학자이자 자이나교 연구자 발터 슈브링(Walther Schubring)과 산스크리트어 공부를 시작했다. 전쟁이 끝나자 남인도로 가서 타밀 나두(Tamil Nadu)주의 깔라르(Kallar. 농민, 경작자 카스트)들 사이에서 현지연구를 수행했다. 1957년 그는 남인도의 어느 하위카스트에 관한 논문 한 편(A South Indian Subcaste : Social Organization and Religion of the Pramalai Kallar. M. Moffatt, L과 A. Morton이 옮긴 1986년 영역판)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인도 사회학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꾸었다. 이른바 전통적 인도 사회를 이해함에서, 뒤몽은 그때까지 대부분의 학자들이 선호해온 촌락이라는 프레임웍을 거부하고 촌락 단위보다 더 넓은 일정 지역을 망라하는 위계적 사회 조직을 강조하며 카스트(혹은 하위카스트)에 초점을 맞췄다.

인도에서 돌아온 뒤몽은 인도로 돌아간 스리니와스(M. N. Srinivas)의 후임으로 옥스퍼드 대학 교수(lecturer)가 됐고, 1955년에는 당시 파리 고등연구학교(EPHE) 제6섹션(지금의 EHESS. 사회과학고등연구학교)의 교수로 뽑혔다. 그는 인도를 대상으로 한 사회학과 비교사회학을 가르쳤다. 1957년에는 영국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포콕과 공동으로 새로운 학술 저널 "Contributions to Indian Sociology"를 출범시켰다. 옥스퍼드와 파리에서 발행된 이 저널은 1966년부터 델리(Delhi) 소재 경제성장연구소의 마단(T. N. Madan)이 편집을 맡은 후로 오늘날까지 해당 분야의 주된 참고 저널(main reference journal)로 남아 있다.

그렇긴 해도 뒤몽 일생일대의 역작은 여전히 1967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위계적 인간"(Homo hierarchicus)이다. (1970년과 1972년 뒤몽 자신이 영어로 번역함.) 이 책은 강력한 이론적 배경을 깔고 있는 인상적인 하나의 종합으로, 여기서 뒤몽은 인도 카스트 사회를 하나의 전체로 보는 자신의 견해를 개진했다. 뒤몽에 따르면 인도인들은 태생적으로 불평등한 하나의 신분에 각기 귀속되고, 각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개별 카스트에게도 집단적으로 부과된 청결의 등급에 따라 맨 밑의 불가촉천민(당시만해도 이들은 '달리트'를 자청하지 않았다)에서 맨 위 브라만까지 서열화되었다. 

"위계적 인간"의 출간 후, 카스트 시스템에 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원없이 했다고 느낀 뒤몽은 인도 사회학과 거리를 두었다. 그는 일종의 평등주의에 기반했던 근대 개인주의의 기원을 다루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설정해 이를 불평등한 카스트 시스템과 대비시켰다. 이것이 "호모 아이콸리스"(1977), "개인주의에 관한 시론들"(1983), "독일 이데올로기"(호모 아이콸리스 II, 1991)의 주제였다. 프랑스에서 독일까지 갔다 다시 회귀하는 이 저작들은 그러나 전통적 정치 철학 사상사에 속하는 것들로, "위계적 인간"처럼 경험적 연구에 기초한 것은 아니었다.

"위계적 인간"은 인도와 유럽 인류학자들의 토론과 논박의 대상이 돼 왔다. 카스트 시스템에 대한 뒤몽의 사회학적 해석은 널리 호평받는 동시에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뒤몽의 명민한 분석이 체제 내 '지배의 관점'을 취한 데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래티컬한 비판이었다. 그런 '지배의 관점'은 사제들(브라만)의 것이거나 귀족들(크샤트리야)의 것으로, 뒤몽이 폭넓게 참조한 고전 산스크리트 텍스트들 속에 잘 표현돼 있고 정당화돼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그 비판이 맞다면 학자들은 다음을 되물어야 한다. 첫째, 이런 재현들이 생산되는 사회적 조건을 당연시해선 안 되는 것인지, 둘째 그렇다면 그런 재현들의 사회적 용도는 대체 무엇이냐는 물음 말이다. 힌두 카스트 시스템을 조직하는 권력과 지배의 관계들은 텍스트상으론 일부 부정되기도 하나 (무시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분명하게 인정되고 분석돼야 한다. 거기다 뒤몽이 발전시킨 비교사회학은 개인주의와 전체주의(holism)의 이항대립, 혹은 평등주의적 서구와 인도 같은 위계적 전통적 전근대 사회들의 근본적 대치로 환원된 채, 그런 사회들을 향한 이국 취향의 향수를 인류학자가 공공연히 자백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를 주제로 한 뒤몽의 전반부 작업은 보기 드물게 조리 있는 사회학적 시도의 표본으로서, 누구든 현대 인도의 사회적 형성을 이해하려 한다면 그의 작업을 무시하거나 가벼이 여길 수 없다. [end]



 

라르디느와의 책인데, 그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인도의 발명 : 비의秘義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2007년 11월에 출간된 책. 네루의 책 "인도의 발견"을 연상케 하는 제목. 불어로는 둘 다 L'invention de l'Inde다. 눈여겨 볼 참이고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살펴보겠다. 책에 대한 리뷰도 물론. 지극히 전문적 학술서라 우리말 번역 출간은 아무래도 어려울 게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국내에서 프랑스 인도학의 성립사(histoire)에 관심 있는 독자가 얼마나 된다고. 이 나라는 인도 (혹은 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인문적 관심과 저변이 너무 얄팍하다. 하긴, 얄팍한 게 어디 이 뿐이랴. 아뭏든 그게 내 고민이다. 내 인도 관련 번역 기획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가. 앞으론 인구 수마저 얄팍해진다는데. 헌데 표지가 왜 저모양인지 모르겠다. 확연한 이국풍이면서 괴이하다, 의도적인 건가 싶을 정도로.

이 책 번역 출간에 관심 있는 고집스런 출판사, 혹여 있으십니까?


Roland Lardinois, 이 아저씨다. 인상이 장난 아니시다. 이 사람, 작업을 보면 여러모로 흥미롭다. 시간을 내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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