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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Demiéville, Le concile de Lhasa 2011년 1월부터 강독과 번역을 시작한 이 책이 지난 8월 드디어 출간됐습니다. 박사논문 집어던지고 나온 뒤 온통 막막했던 무렵, 옛 대학원 동료의 권유로 시작한 작업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약 6년의 시간이 걸렸군요. 공동번역이지만 초역은 시종일관 제가 했습니다. 알 만한 분들이 어딘가에 계실 터, 폴 드미에빌의 학문적 업적이야 새삼 말할 필요 없을 겁니다. 물론 불교학 및 중국학 전공자까지 포함해, 이 거장의 글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이, 국내에 없다고 봐야겠지만. 번역서 출간 후 살펴보니 역시 별 반응이 없습니다. 심지어 불교계 신문들의 출판면조차, 비슷한 시기 출간된 박건주 박사의 책은 소개하면서 이 책은 놓치고 맙니다. 그저 웃을 일이죠. 이 책을 소개한 신문은 법보신문이 유일합니다. 다만 에띠엔.. 2017. 10. 11.
끌로드 레비 스트로스, 슬픈 열대 중 한 대목 작업 중, 저자가 인용한 레비 스트로스의 한 구절 때문에 애를 먹다 원저로 들어가 봤다. Tristes tropiques. 내가 가진 것은 1955년 Librairie Plon판을 1984년에 재발간한 복간본이다. 원문의 단락 전체를 우선 인용해야겠다. Il y eut un temps où le voyage confrontait le voyageur à des civilisations radicalement différentes de la sienne et qui s’imposaient d’abord par leur étrangeté. Voilà quelques siècles que ces occasions deviennent de plus en plus rares. Oue ce soit dans l’I.. 2017. 5. 29.
Max Weber (1)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의 Hinduismus und Buddhismus(힌두교와 불교). 1920~1921년 출간된 종교사회학 논집(Gesammelte Aufsätze zur Religionssoziologie)의 2부(Band 2)를 이룬다. 안병무 선생 계실 적에 한국신학연구소에서 독려해 홍윤기 선생의 번역으로 1986~1987년 국내 출간된 책이다.  전체 480쪽에 달하는 분량 전부를 보려는 게 아니다. 이 책의 제1부(힌두교의 사회체제), 그 중에서도 카스트를 논한 부분만이 이번 리뷰의 관심사다. 카스트에 관한 논의는 이 책 45쪽부터 1부 마지막(175쪽)까지 걸쳐 있어 사실상 1부 거의 전체를 차지한다. 막스 베버는 카스트를 사회학의 연구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사회.. 2017. 5. 29.
카스트를 넘어서 부제 : 인도 사회를 이해하는 인문사회과학의 균형적 접근. 2007년 민속원에서 출간한 책으로, 카스트를 단일 주제로 한 단행본은 이 책이 국내 최근작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끝나면 번역 작업에 들어갈 생각이다. 기존 카스트 관련 연구서들을 정리하고 파악하는 데 이미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 머리말을 쓴 김경학 선생의 말마따나, 이 책은 전작들(, )과의 내용적 겹침이나 심지어 이 책 자체 안에서의 내용적 중복이 흠이긴 하지만, 몇몇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연구물"이다. 저자 박정석 선생은 남부 데칸 고원에 위치한 칸디라는 마을에서 현지 조사(1994년 11월~96년 1월. 일러두기 참조.)를 수행하고 이에 의거해 박사 논문을 썼는데, 이 책은 그 논문에 기초한 것이다. 그래서 책의 1장부터 9.. 2017. 5. 29.
Owen Jones, Chav 저널리스트와 출판 에디터 출신 역자들의 안목이나 글 다루는 솜씨도 훌룡하지만, 대단한 것은 역시 약관의 저자가 보여준 공력이다. 공력이라면 학식 따위, 뭐 그런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공력이란, 무릇 글 쓰는 이라면 갖춰야 할 성실함을 말한다. 이 책은 첫째, 굉장히 성실한 한 편의 보고서로, 좌우파 인사들을 망라한 수많은 인터뷰와 대면 접촉에 의거한 경험적 연구이자 차브에 대한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다. 철저히 경험적인 글. 이론에 경도된 국내 좌파 문필가들이 좀 배웠으면 좋겠다. 둘째,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문제를 다루는 솜씨, 사안에 접근하는 저자의 스타일이다. 표면에 드러난 문장 스타일이나 문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approach style"이라 부르고 싶은, 문예적일.. 2017. 5. 28.
Louis Dumont (루이 뒤몽) 목하 번역 중인 책이 한 챕터 전체를 할애해 루이 뒤몽의 생애와 작업을 다룬다. 번역 중에 잘 안 풀리는 대목이 있어 뒤몽의 신상 정보를 뒤졌고, 그러다 프랑스 빠리와 인도 뉴델리에서 활동하는 사회학자 롤랑 라르디느와(Roland Lardinois)가 인도 일간지 "THE HINDU"에 게재한 글 "Remembering a sociologist and Indologist of repute"(2011년 8월 1일자)를 만났다. 나중에 어차피 해야 할 작업인데다 좀 편하게들 보시라고, 내 갈 길 바쁘지만 우리말로 옮겨둔다. 어딘가에 있을 독자를 위한 일종의 서비스. (아래 번역문의 상업적 이용이나 도용을 금함.)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thehindu.com/todays-paper.. 2017. 5. 26.
엇갈린 두 권의 책 노승영이 옮긴 이 책의 원제목은 Field Notes on Democracy : Listening to Grasshoppers. 가히 '인도 민주주의의 묵시록'이라 부를 만한 책이다. 묵시록엔 도래할 신천지에 대한 예언이 있다고들 하는데, 이 책에는 그런 어설픈 희망의 예언조차 없어 음울하기 짝이 없다. 대신 책의 첫 장을 열면 하얀 백지 위에 이렇게 적혀 있다. "이성과 희망을 분리하는 법을 배운 이에게". 읽어 가노라면 인도 현대사에서 벌어진 몇 가지 비극적인, 상징적이고 징후적인 사건들과 만날 수 있다. 인디라 간디 암살 후 벌어진 시크교도 학살(1984), 이슬람 사원 바브리 마스지드의 파괴(1992), 포크란 핵실험(1998), 인도 의회 테러 사건(2001), 구자라트 무슬림 대학살(2002).. 2017. 5. 25.
모 독자의 리뷰에 부쳐 한마디 생각나 옮겨둔다, 상상의 섬 인도에 적힌 장 그르니에의 말. 미지의 어느 독자께서 포스팅한 말이기도 하다. ​"열매가 익기까지 시간이 걸리듯 정신의 작업에는 일정한 성숙의 시간이 필요하다."(59쪽) "어떤 정신의 소유자인가에 따라, 또 그들의 연륜에 따라 똑같은 잠언이라도 그 의미가 풍부해지거나 빈곤해진다... 수난과 믿음이 그렇듯이, 지성에도 고된 여정이 있다."(149쪽) 상상의 섬 인도에 관한, 좀 어이없는 리뷰 한 편을 봤다. 그 독자는 이 책이 제 취향과 맞지 않는다며, 책을 탓했다. 상상의 섬 인도라는 제목이 절 낚았다며, 낚시질 운운하기도 하더라. 한심한 소리 저가 읽을 책 하나 제대로 고르지 못한 좁은 안목과 어린 감수성, 낮은 지력을 탓할지언정 책을 탓할 일은 아닐 터. 위에 적.. 2017. 5. 25.
Jean Grenier, Sur L'Inde 프랑스의 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란 출판사가 장 그르니에의 인도 관련 에세이를 모아 출간한 책 Sur L'Inde의 번역서입니다. 표지디자인은 지금 다시 봐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미지 사진에 효과를 좀 넣었습니다.) 판형도 더 작아야 했고 표지 재질도 성에 안 찹니다만 이 책의 운명이려니, 생각합니다. 이 책 관련해 한 가지 말씀드리면 일부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서점의 저자 소개글 중 "따뜻한 실존주의자, 20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란 문구가 등장합니다. 누가 덧댄 말인지 모르지만 착오입니다. 책 날개의 저자 소개나 역자의 말에 적힌 내용과 단박에 배치되는, 장 그르니에 자신이 필시 거부할 상업적 레토릭에 불과합니다. 출판사의 잘못은 아닙니다만, 지적해도 수정되.. 2017. 5. 25.